최근 퇴직연금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성향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며 회사채나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안정형 상품에 초점을 맞췄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와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와 같은 공격형 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많은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직접 주식 투자 대신 이들 ETF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의뢰로 실시한 분석에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순매수 상위 ETF를 조사한 결과, 상위 10개 중 공격형 ETF가 DC형에서 9개, IRP에서 8개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안정형 상품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상장지수펀드의 투자 성향 분류에 따르면, 단기 및 중기 회사채와 우량 회사채, CD 금리, MMF는 안정형으로, 주식형과 AI, 2차전지, 반도체, 중국 전기차와 같은 섹터 및 테마형 ETF는 공격형으로 구분되었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30년 만기 초장기채 ETF조차 채권으로 분류되지만 공격형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금리가 변동할 때 가격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23년을 돌아보면, IRP 계좌의 상위 10개 ETF 중 안정형 상품은 4개, DC 계좌에서는 3개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IRP 계좌 상위 10개 ETF 중 안정형 상품은 2개로 줄었고, DC 계좌는 단 1개에 불과하다. 상위 20개로 확대해도 안정형 상품은 각각 3개, 1개에 그치고 있으며, 특히 DC 계좌의 경우 상위 20개 중 무려 19개가 공격형 ETF에 해당한다.
올 들어 IRP 계좌에서 가장 많은 순매수를 기록한 ETF는 'TIGER 우량회사채액티브'로, 1618억원어치가 순매수됐다. 이 상품은 A-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여 원·달러 환율과 증시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아 안정적인 상품으로 평가된다. DC 계좌에서는 이 상품이 878억원어치가 순매수됐다.
미국 대표 지수인 S&P500을 추종하는 ETF 역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IRP와 DC 계좌에서 S&P500이나 나스닥100에 투자하는 상품은 각각 1~2개였지만, 올해에는 각각 4개씩 포함되었다. 특히 DC 계좌에서는 'TIGER 미국 S&P500'이 1517억원으로 순매수 1위를 기록했고, 'TIGER 미국 나스닥100'이 908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지수 ETF가 연금 투자자들에게 핵심적인 투자처로 자리 잡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또한 AI와 같은 고성장 테마형 ETF도 순위에서 자리를 차지하며 공격형 투자 확대의 흐름에 기여하고 있다. 글로벌 AI 밸류체인에 투자하는 'TIMEFOLIO 글로벌 AI 인공지능 액티브'가 IRP 및 DC 계좌 각각 3위, 5위를 차지한 예가 그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공격형 ETF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며, 금 관련 ETF들도 최근 3분기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